이 책은 로마가 성장하고 제국이 되면서 그리스 문화와 어떻게 교류하고 그들을 받아들였으며 그들에게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책이다.
로마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국가로 성장하고 마그나 그라이키아와 시칠리아로 손을 뻗으면서 자신들이 트로이의 아이네아스의 후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인과 카르타고보다는 로마가 더 가깝다는 점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역사나 사실과 맞지 않아도 그리스와의 친밀성을 주장했다. 가령 오디세우스와 아이네아스가 손잡고 로마를 건국했다는 별 해괴한 이야기라던가 말이다.
이후 성장하여 제국이 된 로마인들은 그리스를 영향권안에 두었으나 그들의 문화를 배웠다. 이것을 단순히 승자인 로마가 그리스 문화에 정복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로마인들은 어디까지나 제국 통치에 도움이 되도록 문화를 향유하고 융성시키기 위해 그리스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은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늘 그리스인들에게 각인 시키려고 했다. 피타고라스의 책을 불태운다던지, 철학자 몇을 추방한다던가 해서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로마가 그리스 문화를 말살한 것은 절대 아니다.
로마가 그리스 영향을 받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찬반 세력이 나뉘었다고 볼 것은 아니다. 로마의 엘리트층 상당수는 그리스 가정교사를 두고 그들의 지식을 흡수하는데 열심이었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은 그리스의 학문을 배우고 수사학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만 노 카토와 같은 일부 사람들은 그리스 문화가 로마인들에게 지나친 영향력을 끼쳐서 로마가 주도권을 가졌다는 사실이 희석되거나, 로마인들이 유약해질까봐 걱정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로마인들은 그리스인들을 고대의 강건하고 훌륭했던 사람들과 아시아의 영향을 받아 나약해진 이들로 구분하고, 고대 그리스인들을 찬양했다. 소아시아에 있는 그리스계 사람들은 나약하고 개판이라고 봤다. 일종의 구분을 시도한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로마 제국에 편입된 이후 로마의 시민권을 얻고 원로원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라틴어는 그리스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고 많은 귀족들이 로마와 그리스 사이를 중개하면서 로마의 영향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려고 했다. 로마인들은 그리스의 민중보다는 엘리트층을 신뢰했고 그리스 귀족들은 로마 체제와 아우구스투스 숭배에 협력함으로써 이에 화답했다.
로마와 그리스 문화에 대한 책으로 매우 좋은 책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로마인들의 그리스를 대하는 태도와 그들의 영향력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로마와 그리스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교류한 사실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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