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 작가 이외수가 쓴 겨울나기, 훈장, 황금비늘, 고수, 벽오금학도를 읽었다. 내 생각엔 이중에서 겨울나기가 제일 낫고 훈장이 그 다음이다. 훈장으로 등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그동안 읽은 이외수 소설에는 특징이 있다.
첫째로 어디서 양산형 무협소설 대충 섞어놓은듯한 등장인물같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림을 그려서 삶을 치료하는 은둔거사, 척보면 척이라 뭐든지 따내고야 마는 도박신동, 뭐든지 훔쳐내는 절도의 신동, 칼잽이, 갑자기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고 거지처럼 사는 사람. 외팔 도박의 달인 등등. 특히 어린이나 노인 기인이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때문에 배경이 현대라도 현실적인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로 인해 이야기의 긴장 요소까지 좀 줄어드는 것 같다.
둘째로 도교적인 색채가 짙다. 물질만능주의나 욕망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고, 마음 공부나 신선놀음처럼 들리는 사상을 설파한다. 이런 사상이 그렇게 막 엄청 깊은 느낌은 아니라 거부감 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셋째로 과학적인 인과가 거의 없다. 그냥 어떤 노파가 땅을 두드리면 동물이 저절로 그쪽으로 움직인다던가, 어쩌다 누굴 만났는데 알고보니 내가 찾던 사람의 가족이라던가, 복선을 뿌리고 회수한다기 보다는 그냥 어쩌다가 우연히 만나서 줄거리가 나아가는 느낌이다. 인과관계와 개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너무 합리적인 태도로 읽으려고 해선 안된다.
넷째로 세태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그리고 그 세태는 매우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사람들은 서로 돈을 못빼앗아서 안달이고, 정치는 혼란하기 그지없으며, 상류층의 위선과 탐욕은 한도 끝도 없는듯이 보인다. 자본주의나 현대 사회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
다섯째로 주인공이나, 화자, 최소한 주인공 주변 사람들이 별의별 고생을 다한다. 고생을 시키는 주체는 주로 스승이지만, 세상도 무자비한 폭력을 가한다. 이러한 폭력이 이야기를 엮는 얼개가 되지만 그다지 전후 사정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고 소재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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