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의 피크닉 / 아르카디 스트루가츠키,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삼긱감밥 2021. 6. 1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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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의 피크닉은 소련의 문학 작가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쓴 SF 소설이다.

 

스트루가츠키 형제는 소련에서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혀 있던 작가 형제로, 형은 아베 코보의 작품을 번역하는 일문학 번역 업무를 했고 동생은 천문이나 천체관측 쪽에서 근무했다. 둘다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로 여겨졌기 때문에 당대에 형제의 글은 출판에 탄압을 받았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출판을 못해주겠다고 나온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책 뒤에 부록으로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탄압받은 내용이 첨부되어 있다.

 

이들은 70년대에 노변의 피크닉이라는 SF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은 지구에 외계문명이 다녀간 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외계문명의 외계인들은 매우 독특한 영향을 끼치고 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인류에 대하여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하지 않았다. 

 

소설 첫 시점에서 외계인들은 이미 지구를 다녀갔고 인류는 외계인이 다녀간 여섯개의 지점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이 외계인들은 마치 사람들이 피크닉을 나와서 쓰레기나 먹을 거리를 버리고 간 것처럼, 그냥 지구의 여섯개의 지점에 잠깐 들렀다 나간 것이다. 인류는 피크닉 나오고 돌아간 사람들이 버린 물건이나 음식을 보고 놀라는 작은 생물들처럼 그것에 큰 영향을 받고 당황한다. 

 

외계인들은 인류의 이해를 초월한 존재들이라서 그들이 지나간 곳에서 인류가 기존 과학 법칙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한다. 열역학 법칙을 위반한 무한동력이 쓰이는 물건, 죽었다가 살아난 존재, 인간이 아니게 된 인간이 등장한다. 어떤 사람은 여럿이 모이면 확률적으로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천둥 소리를 듣고 귀가 머는 등... 외계인의 흔적은 한정된 구역의 사람들과 물건에게 인류의 이해를 넘어선 영향을 끼쳤다.

 

주인공 레드릭 슈허트는 이런 외계의 영향을 받은 물건들을 주워와서 사람들에게 파는 스토커다. 이 노변의 피크닉의 설정에서 훗날 영화나 게임이 되는 스토커 시리즈가 유래했다고 한다. 그럴만도 하다.

 

이 작품은 70년대 나온 작품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세련되고 흥미롭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캐릭터성이 확실하고 외계 문명의 흔적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들로 여겨진다. 레드릭이 겪는 일들은 스릴이 넘쳐서 굉장히 집중이 잘 되고 바로 할리우드 영화로 바꿔도 되겠다 싶을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이 작품이 일본 소설 이세계 피크닉의 원조라고 하여서 보았다. 그러자 초반부에 바로 나사를 던져서 주변에 위험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나와서 감탄했다. 이세계 피크닉에서 대놓고 오마쥬를 했던 것이다. 노변의 피크닉과 이세계 피크닉 둘다 나름의 맛이 있어서 모험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좋다.

 

320쪽 정도이고, 읽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다. 나는 마지막 30페이지 정도는 너무 아까워서 조금씩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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