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추리나 미스터리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스포일러)

삼긱감밥 2022. 5. 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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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있잖아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요. 그리고 항상 뭔가를 숨기려 하고 또 잊으려고 하잖아요!

 

이하 스포일러 포함 설명.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주인공은 초등학생 남자 아이인데, 프린트물을 나눠주려고 같은 반 아이 S의 집에 갔다. 그랬더니 친구가 목을 매어 죽어 있었다. 이를 학교에 가서 알린 다음 다시 찾아가보자 이번에는 시신이 사라져 있었다. 집에 돌아왔더니 집 안에 있는 거미가 갑자기 주인공에게 말을 한다. 나는 S야. 나는 자살한게 아니고 살해당한거야. 주인공은 S와 여동생과 함께 사건 조사에 나서게 된다.

 

주인공은 쓰레기로 가득찬 집에서 여동생 미카와 부모님과 살고 있다. 아버지는 모든 일에 지친 거북이같은 사람이며 어머니는 정신이 나간 미친 사람으로 주인공을 정서적으로 학대한다. 마을에는 개나 고양이의 발을 꺾어 죽이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에게 프린트물을 전달하도록 하고 이후에 S의 집에 간 선생을 의심하여 조사한다. S의 집 인근에는 노인이 한 명 살고 있는데, 아르바이트겸 하는 일을 계기로 우연히 S에 관해 알고 있었다. 그는 선생이 과거에 쓴 책을 알려준다. 조사 결과, 선생은 과거 살인이 난무하는 소설을 쓴 적이 있는 작가이자 뒤틀린 성적 취향을 가진 소아 성애자였다. 이에 따라 주인공은 사건을 재구성해 본다. 

 

선생은 이상성욕자인데, S를 목졸라 죽였다. S의 시신을 자신의 차를 통해서 이동시키고 집에 갖다둔 것도 선생이다. 선생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경찰에 적절한 방법으로 이를 알리는데 실패한다. 선생이 어른이니 어린이의 말을 뭉개버리고 상황을 모면한 것이다. 

 

그런데, 사건을 조사하면서 점점 의구심이 생길 만한 일들이 생긴다. 주인공은 S의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와 S네 집에서 키우던 개를 조사했는데, 정황 증거와 S의 말이 맞지 않고 S의 이야기가 점점 지리멸렬해졌던 것이다. 주인공은 사실 S가 개와 고양이를 죽인 사건들의 범인임을 알게 된다. 

 

사실 선생이 범인이라는 것처럼 몰고 가던 노인은 S가 개와 고양이를 죽이면 발을 꺾어놓은 사람이었다. S와 노인이 이런 행동을 벌인 이유는 쾌락 때문인데, 서로가 서로의 취향을 인정해주는 사이였던 것이다. S는 스스로 자살하여 노인에게 꺾을 마지막 선물을 준 것이다.

 

주인공은 S를 죽이고, 노인도 죽이고 모든 사건의 범인이 노인이었던 것처럼 조성한다. 사실은 S에게 자살하라고 권한 사람이 자신이기 때문에 노인이 범인인 것으로 사건이 끝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이후 주인공과 함께 살던 미카가 사실은 도마뱀과 인형이었다는 점이 밝혀지고 주인공이 집에 불을 지르면서 부모는 죽고 주인공만 살아남는다. 이후 주인공만 망상을 이어간다는 결말이다.

 

이렇게 정리하니 뭔가 기이하긴 한데, 이 책은 방어기제에 대한 내용이라는 어떤 분의 글을 다시 보고 생각해보니 이해가 된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동물을 환생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다. 게다가 후반부에 가면 어느정도 주인공도 이것을 인정한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있잖아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요. 그리고 항상 뭔가를 숨기려 하고 또 잊으려고 하잖아요!

 

주인공은 과거 여동생 미카를 임신한 어머니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불이라고 말한 뒤 어머니가 급박하게 오면 선물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머니가 넘어지는 바람에 미카도 죽고 미카의 어머니도 임신할 수 없는 몸이 된다. 이렇게 되자 주인공의 어머니는 미쳐버려서 방어기제가 작동하여 미카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인형을 미카라고 생각하고 3년이나 살아간다. 주인공은 집 근처의 도마뱀을 데려와서 미카가 환생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도마뱀과 상상하는 망상을 하면서 살아간다.

 

주인공은 연극에서 주변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S와 조를 짜게 되는데, 연극을 하는게 싫어서 S보고 자살하라고 한다. 한 명 죽으면 안 해도 될 것 아닌가. 그러나 정작 진짜 죽자 오히려 자신 주변의 동물들을 망상으로 환생한 사람으로 가정하고 다른 사람이 범인인 살인 사건으로 재구성하여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넘겨버린 것이다. 

 

S의 어머니는 S가 동물을 학대하는 기벽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싫어 경찰에도 숨겨버린다. 노인과 선생은 살인범은 아니지만 다른 범죄를 저지른 인물로,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주인공을 도와주는 척하면서 이용해 먹으려고 하거나 협박하는 인물이다. 이렇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방어기제가 극단적으로 작동하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결말부에 가면서 지나치게 주인공이 똑똑하고 유능해지는 점은 전개 상의 옥의 티다. 

 

인간이 가진 방어기제는 진실을 덮고 가짜 이야기와 전개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쉽다. 그리고 세상에는 진실이 우선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이야기가 더 중욯나 사람들도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가지고 독자를 가지고 놀은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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