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문

한글 세대가 본 논어 2 / 배병삼

삼긱감밥 2021. 6. 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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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병삼

영산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유교와 논어에 대한 책을 많이 썼다.

 

2. 소개

이 책은 유교의 창시자 공자의 언행을 제자들이 기록한 것이다. 한글세대가 본 논어 1과 마찬가지로, 한문 원문->한글 해석->의미 해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3. 내용

논어의 후반부 10장인 선진, 안연, 자로, 헌문, 위령공, 계씨, 양화, 미자, 자장, 요왈의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요왈편은 유교의 정통성을 위하여 후대에 윤색된 느낌이 매우 강하다. 자장편은 공자의 제자들의 사상 경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편이다. 양화편은 노나라 정치 세력들에 의한 스카우트 제의에 해야할 바를 찾는 공자의 정치가로서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헌문편에는 공자가 사람을 작대기로 때리는 부분이 있다. 이외에도 책 전체에 걸쳐 유교의 이론과 공자의 처신, 제자들과의 질문과 그 응답이 잘 나타난다.

 

4. 특징

저자의 동서양의 학문과 철학, 현실을 넘나드는 설명이 많다. 조지프 켐벨이나 하이데거의 글과 관련한 해석도 있다.

 

논어는 총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글세대가본 논어 1은 논어의 앞 10장, 한글세대가 본 논어 2는 논어의 뒤 10장이다. 그런데 뒤의 10장은 이것저것 파본이 많고 편집이 깨진 부분이 많다. 아마 오래된 책이라 기록에 누수가 있었음이라고 짐작된다.

 

또한 뒤의 10장은 공자의 성인과 같은 모습뿐아니라 정치 세력사이에서 고민하는 하나의 현실적인 사람으로서의 모습이 부각된다. 특히 양화 편에서 이런 모습이 두드러진다. 양화나 공산불뉴의 쿠데타로 인해 혼란해져 가는 노나라 정치판에서 고뇌하고 해야할 바를 찾는 공자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나는 공자의 인간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는 2편이 더 읽기에 좋았다.

 

춘추좌전을 읽고 보니 노나라와 공자의 상황이 더 잘 이해된다.

 

5. 감명깊게 읽은 구절

 

14장 헌문편 46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자가 예전부터 알고 지낸 원양을 만나게 되었다. (이 원양이라는 사람은 도가계열의 인물로, 장례의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예법을 중시하는 공자와 정극단에 위치한 인물로 추정된다.) 공자는 쭈그려 앉은 원양을 보고 어릴때는 공손하지도 않고 나이가 들어서는 이력이 없고 늙어서는 죽지도 않는다며 니같은 놈이 도적이라고 작대기로 원양의 정강이를 때렸다. (공자도 쭈그려 앉은다음 때렸을 것 같지는 않으니, 아마 위에서 아래로 내려쳐서 타격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내가 알기로는 논어의 20개장에서 유일하게 공자가 사람을 때리는 장면이다. 아무리 재여나 염구같은 제자들이 말을 안 들어도 말로 깨우치고 파문을 시킬지언정 쫓아가서 패지는 않았다. 자로가 대들듯이 물어봐도 항상 하나하나 깨우쳐 주던 공자이다. 그런데 여기선 작대기로 사람을 때리고 있다.

 

이 구절을 보고 흡사 성경에서 예수가 성전을 정화했다는 이야기(성경에는 예수가 성전에 들어갔는데, 장사치들이 폭리를 취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나서 좌판을 엎어버렸다고 하는 내용이 기록되어있다.)가 생각이 났다. 아니 대체 얼마나 건방지게 굴어야 공자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공자는 또 대체 뭐가 그렇게 화가나서 이런 것인가.

 

<한글 세대가 본 논어> 다음 페이지엔 약간의 보충 설명이 들어가 있다. 원양은 자신의 어머니가 죽어도 노래를 했다고 전해지는데, 이것은 도가적인 (특히 장자의 관점과 유사한) 입장에서 유가의 허례허식을 비판한 것이다. 이는 예법과 의식을 지켜서 문명사회를 보존하려고 한 공자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비도덕적인 일이다. 공자는 다른 장에서도 재아가 장례문화에 대해서 따지자 격렬하게 논쟁한 적이 있으니 그럴듯하다. 이렇게 보면 원양의 예의를 무시한 행동을 공격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본문 하단에는 이와는 약간 어조가 다른 글이 있다.

 

젊어서는 전통적인 것을 내버려두고 외국의 것을 배우기에 여념이 없고, 나이가 들어서는 출세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으며(당연히 이렇게 나이가 드니 전통적 삶에 대해선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더 나이가 들어서는 갑자기 전통주의자로 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자신을 중심에 두고 세상을 해석(egocentrism)하며, 항상 자기만 배고프고 자기 처지의 향상만 꾀하는 이들은 도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젊어서는 자신만 믿고 조심하지 않으며, 나이가 들어서는 하릴없이 지내는 원양의 태도를 공격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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