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멜이 쓴 하멜표류기(통칭)는 서양인으로서 조선에 왔던 하멜이 간단하게 자신의 조선 생활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글이 간략하다. 특히 하멜이 조선 사람이나 박연을 만난 것에 대한 감흥이 거의 적혀있지 않다. 그래서 하멜표류기 자체로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하멜이 조선의 문물에 익숙하지 않아서 더 그렇다), 하멜이 말하는 바가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사실이 아닌지 알아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이나 당시 조선인들이 남긴 기록과 대조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저자인 강준식 씨가 조선의 문헌과 비교를 하면서 실제 있었던 사건과 역사적 배경에 대해 정리하면서 하멜의 이야기를 적었다. 그리고 책의 맨 뒷부분에 진짜 하멜표류기와 하멜이 쓴 조선에 대한 기록을 번역해두었다.
2.
하멜은 네덜란드 부르주아의 아들로, 젊은 시기에 글을 배워서(최소 중등학교 이상의 학식을 쌓은 것으로 추정) 동인도회사의 상선에 탄다. 하멜은 서기였기 때문에 일반 선원의 세배의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이 배는 대만을 거쳐서 일본으로 가야 했는데, 무역할 물품을 가득 채우고 가다가 그만 풍랑을 거쳐서 제주도에 표류한다.
배는 박살이 나고 주변 선원들은 많이 죽어서 36명의 선원들만이 제주도에 도착한다. 선장은 사망했다.제주도에 도착한 하멜과 일원들은 제주도의 지방관리와 제주목사의 감시를 받는다. 하멜 일행은 제주도가 어떤 섬인지 잘 모르고, 조선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조선인들이 중국인 해적이나 중국에서 도망친 사람인줄 알고 공포에 빠진다.
다행히 제주목사가 그들을 돌봐주었고 나중에 박연이 내려와서 그들을 만난다. 박연은 처음에는 네덜란드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하멜 일행을 만나서 곧 1달만에 네덜란드어를 회복한다. 박연은 하멜 일행에게 병자호란 때 싸우다 죽은 사람보다 산에서 자살한 사람의 수가 더 많았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다른 기록을 보면 박연이 하멜 일행을 보고 반가웠는지 옷깃이 다 젖을 정도로 크게 울었다고 하는데, 하멜은 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남기지 않았다.
하멜의 기록은 대부분 매우 간략하고 감정적인 내용이 없어서 이야기가 빈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이후 하멜 일행은 한양에 들어간다. 박연과 마찬가지로 다같이 훈련도감에 소속되는데, 워낙 사람들이 궁금해 여기다 보니까 구경거리가 된다. 제주도 사람들은 하멜 일행에 대해 괴이한 소문을 많이 퍼뜨렸다고 한다. 조선인들이 서양에 대해 가진 지식이 부족해서 헛소문이 돈것으로 보인다.
하멜 일행은 일본에 가게 해달라고 빌지만, 조선 조정에서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하멜 일행의 물건을 청나라와의 외교관계에 사용하고 나중에 남은 것을 하멜 일행에게 주고 돈도 주었던 것 같다. 하멜 일행의 월급은 임금의 개인 재정에서 나왔다. 하멜 일행은 훈련도감에서 화약을 잘 정비하지 않아 형벌을 받은 적이 있는듯하다.
하멜 일행 중 탈출을 시도한 사람이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도망가려고 배를 타려고 했지만 붙잡히거나, 청나라 외교관에게 말을 걸려고 했으나 실패한 적이 있다. 일행중 많은 사람들이 조선인 딸이나 아내를 두었던 것 같은데, 결국 네덜란드에 대한 향수가 심해졌기 때문인듯 하다.
조선 조정에서는 청나라 외교관들이 하멜 일행을 보고 조선인들이 무기를 얻었거나 뭔가 이용한 것이 아닌가 의심할까봐 하멜 일행의 일부를 남한산성에 두었는데, 도성의 하멜 일행 중 일부가 청나라 외교관에게 말을 거는 사태가 발생하자 하멜 일행을 전부 죽일까 논의하게 된다. 훈련대장은 조선인 둘에게 칼을 주어 서로 싸우게해서 죽이자는 방안을 내놓는 등 신료들 대부분은 죽이자는 쪽으로 기울었던 것 같은데,
왕과 왕의 동생이 반대하여 실패한다. 효종은 강도나 도적질하러 온 것도 아닌데 죽일거까지 있냐며 하멜 일행을 봐주고 대신 전주로 보냈다. 전주병영에서 하멜 일행은 구걸도 하고 중이랑도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 이후 기근이 심하게 들어서 하멜 일행도 죽고 온 동네가 개판이 되었다.
관아의 식량을 습격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고관대작의 하인들이라 처벌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하멜을 먹여살리기도 힘든 판이라 하멜 일행을 여수의 전라좌수영과 순천 등지에 보낸다.전주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조선 관리들이 하멜 일행을 만날 때마다 아주 막 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게 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막 대하는 사람은 풀뽑기(시킬 일이 없을 때 풀뽑기를 시키는 것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것인가.. 싶다)를 시키거나 그냥 땡볕에 서있게 했다.
하멜 일행은 이렇게 당하고는 못산다며 그동안 모은 돈으로 배를 몰래 사서 탈출했다. 배가 일본쪽에 정박하였기에 이후 나가사키에 향했고, 일본에선 나머지 네덜란드인의 송환을 요구하여 모든 일행이 네덜란드로 돌아갔다.1차로 먼저 탈출한 이들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로부터 2년치 임금을 받았고,
하멜과 2차 탈출자들은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았는데 하멜표류기가 히트해서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하멜표류기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많이 팔렸다. 이후 하멜은 결혼하지 않고 별다른 작품을 남기지 않고 죽었다.
3. 기억에 남는 부분
*하멜의 기록에 따르면 조선인들은 중과 절을 꽤 자주 갔던 것 같다. 조선인들이 구걸을 그렇게 치욕스럽게 여기지 않기 때문인지, 조선인들이 잘 돌봐주어서인지 하멜 일행도 구걸을 하고 중들의 도움을 받았다. 놀랍게도, 하멜은, 옛날에는 모든 인류에게 언어가 한가지밖에 없었는데, 하늘에 올라가기 위해 탑을 쌓으려던 계획이 언어의 혼란을 가져오게 되었다고 믿는 중들이 많다고 기록해 두었다. 저자에 따르면 이 기록은 모든 하멜표류기 판본에 있다고 하는데, 구약 성경의 바벨탑 설화가 이미 조선에 퍼져있었다는 말인가...? 흥미로운 부분이다.
*남편을 죽인 여인은 어깨까지 길에다 파묻고 지나가는 사람이 톱으로 죽을때까지 켰다고 한다.
*살인자를 벌 줄 때 피살자의 시체를 닦는데 쓴 식초와 물을 배가 터지도록 넣었다고 한다.*하멜은 조선인들은 훔치고 거짓말하며 남을 속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책 >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재 삼국사기 세트 / 김부식 (0) | 2021.07.28 |
---|---|
드레퓌스 사건 / 아르망 이스라엘 (0) | 2021.07.28 |
쇼와사 2 / 한도 가즈토시 (0) | 2021.07.27 |
난중일기 / 이순신 (0) | 2021.07.26 |
역사 / 헤로도토스 (0) | 2021.07.20 |
고대에서 봉건제로의 이행 / 페리 앤더슨 (0) | 2021.07.19 |